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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로 버텼던 생리통, 불임의 원인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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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은 성인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달에 한 번씩 거쳐야 하는 ‘미션’이다. 그러다 보니 동반하는 생리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질환 또는 진료를 받아야 할 병으로 여기기보다는 당연히 따르는 고통, 진통제 한 알로 버티는 통증으로 치부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증상을 쉽게 넘겼다가는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생리통이 아닌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통증일 수도 있어서다. 몸에서 탈락한 자궁내막이 몸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난관과 난소 등으로 역류해 불임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자궁내막증에 대해 살펴보자.


5년 동안의 임신 스트레스, 자궁내막증이 원인

올해로 결혼 5년차가 된 문진숙(34·여)씨. 중학교 1학년 때 초경을 한 이후 월경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했기에 불임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평소 월경을 할 때면 싸한 느낌의 복통이 있기는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녀는 단지 배란이 일정하지 않아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던 중 불임병원을 찾았다가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난관 활동량 저하’라는 진단을 받았다. 생리통인 줄 알았던 통증이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것이었던 셈. 결국 문진숙씨는 수술로 난관에 증식한 조직을 제거한 뒤 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으며 6개월 동안 자궁내막증을 치료받았고 3개월 후 자연임신에 성공했다. 


여성의 건강을 입증하는 자체 건강검진 ‘월경’

가임기 여성은 한 달에 한 번씩 수정란을 맞을 채비를 한다. 자궁의 오른쪽과 왼쪽에 위치한 난소는 하나의 난자만을 키워 난관으로 배란시킨다. 자궁내막은 호르몬에 의해 도톰해지며 배아의 착상을 준비한다. 하지만 수정, 즉 임신이 실패하면 한 달 동안 준비했던 모든 성과물들은 바닷물에 닿은 모래성처럼 한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안전하게 배아를 맞이하려던 자궁내막 역시 터져 내용물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 과정을 우리는 ‘생리’ 또는 ‘월경’이라고 부른다.

여성에게 월경은 내 몸이 건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체 건강검진이기도 하지만 짧게는 2일에서부터 길게는 7일까지 생리대를 착용해야 하는 만큼 ‘반갑지 않은 손님’으로 불린다. 더욱이 통증을 동반해 일부 여성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도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가임기 여성의 50%가 월경 시 생리통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21~35일 주기로 반복되고 2~7일 가량 지속된다. 생리양 역시 10~80㎖로 개인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13세 무렵 초경을 경험하고 50세가 넘으면 폐경을 맞는다.


불필요한 노폐물들의 반란으로 인한 질환

몸에서 떨어진 내막은 질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몸 안으로 흘러들어가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자궁내막증이다. 하수도관을 타고 아래로 흘러야 할 구정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거꾸로 솟구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원리와 같다.

몸에 불필요한 노폐물이 난관과 난소, 심하게는 폐까지 들어가 증식을 하다 보니 자궁내막증은 타 기관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난자를 저장하고 있는 난소의 용적을 줄여 기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노화를 촉진하고 심할 경우 조기 폐경까지 야기한다. 이 질환이 불임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5년 새 30대 여성 증가율 33%로 최대

자궁내막증은 현대인의 불규칙한 식생활과 수면 부족, 스트레스, 환경호르몬, 복부비만, 면역력 약화 등의 영향으로 환자 수가 점차 느는 추세다.

실질적으로 지난해 국정감사 중 김정록 국회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궁관련 질환 진료현황’ 자료에 따르면 자궁내막증 환자가 5년 사이 26% 가량 증가했다.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모든 연령에서 환자 수가 늘었지만 특히 30대 여성 환자의 수가 5년 전에 비해 33% 상승해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30대가 산부인과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연령대라는 점도 그렇지만 결혼이 늦어짐에 따라 첫 아이를 출산하는 나이 역시 증가하면서 불임 검사 중 자궁내막증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경우가 많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자신이 자궁내막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거나 인지는 했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진료를 받지 않고 있는 여성을 포함시킨다면 증가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자궁관련 질환 진료를 받은 전체 여성 환자수가 5년 전에 비해 소폭 증가했고 자궁내막증과 함께 대표적인 자궁질환이라 할 수 있는 자궁근종 환자가 16.9% 증가하는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자궁내막증 환자 증가율은 더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가임기 여성의 1%가 이 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상으로는 구분하기 힘든 월경과 자궁내막증

월경과 자궁내막증의 가장 큰 공통점은 통증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이 둘은 흔히 ‘생리통’이라고 부르는 복통과 함께 생기는 경우가 많다. 통증은 자궁내막세포가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과정 중 순간적으로 산소가 부족하게 되면서 생긴다. 의학적으로는 자궁내막세포에서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 생리통을 야기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자궁내막증 역시 표현하기 힘든 통증이 더해진다. 전체 환자 중 20~25%는 증상이 없다는 보고도 있지만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더 많다. 배뇨통과 항문통, 성교통, 변비 등도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다. 통증의 강도가 약하면 생리통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불임검사를 하다 알게 되는 사례도 많다.

자궁내막증이 있다고 무조건 불임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일반인보다 임신 확률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난관이나 난소로 역류한 자궁내막이 증식해 염증을 일으키면 난관의 운동성이나 난자흡입력을 떨어뜨리고 복막대식세포의 활성화로 인해 정자의 운동성을 감소시킬 수 있어서다.  


호르몬 억제와 수술로 치료, 그러나 완치는 불가능

두 질환의 차이점은 월경 과정에서의 문제점 발생 여부와 생리통 치료 효과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런 문제없이 자궁내막이 탈락해 몸 밖으로 빠져나오면 월경,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자궁내막증이 된다. 또 생리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일정기간 적절한 치료를 했음에도 별다른 차도가 없으면 자궁내막증을 의심한다. 초음파로도 자궁내막의 역류 및 증식 현상을 100% 확인하기 어려워 복강경을 통해 자궁 내부를 들여다보고 확진한다.

자궁내막증은 가능한 수술적 치료를 우선으로 한다. 그렇지만 수술로도 자궁내막을 100% 제거하기가 어려워 재발가능성이 높다. 확대경을 통해 작은 조직까지 찾아낸다 해도 미세한 자궁내막이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 후에는 재발을 줄이기 위해 프로게스테론 또는 경구 피임약, 여성 호르몬 분비 자극 억제제와 같은 호르몬 치료를 시행한다. 폐경을 맞은 중년 여성에게 호르몬을 투여 또는 복약토록 함으로써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과 달리 자궁내막증은 일시적으로 호르몬 분비를 억제시켜 폐경을 유도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치료시기가 길어지면 골다공증 또는 우울증과 같은 갱년기 증상이 올 수 있어 호르몬 치료는 6개월 이내로 시행한다.

따라서 자궁내막증 환자가 증가 추세인 만큼 평소 생리통이 있다면 산부인과를 찾아 월경으로 인한 단순 통증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으로 야기된 것인지를 파악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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