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정월대보름엔 오곡밥을 먹으면서 몸을 보양하는 전통이 이어져 왔다.
대보름의 대표음식인 오곡밥은 보통 찹쌀, 조, 수수, 팥, 콩을 섞어 만들어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한 영양식으로 손꼽힌다. 오곡밥은 쌀밥에 비해 열량은 20%가량 적고 칼슘과 철은 2.5배 가량 많으며, 이소플라본과 베타카로틴 함량도 높아 건강식으로는 제격이다.
특히 웰빙바람이 불면서 흰쌀밥보다는 현미, 발아잡곡 등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남들이 먹는다 해서 먹었는데 ‘생각보다 썩 좋지는 않은데?’하는 사람들도 있다.
45세 주부는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과 혈당이 높다는 얘기를 들은 후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좋아하던 육류를 일절 끊고 현미잡곡으로 밥을 짓고, 유기농채소를 매 끼니마다 먹었다.
그렇게 식단을 바꾼지 3~4일이 지났지만 몸이 개운해지더라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과는 달리 뭔가 불쾌한 느낌과 함께 속이 더부룩하고 머리가 띵한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감을 겪기 시작했다. 방귀가 자주 나와서 모임에 나가거나 손님을 맞는 것도 꺼려지고 몸이 쳐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35세 직장인 주부는 아이들의 건강을 챙겨야하겠다는 생각에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현미, 서리태, 흑미 등이 포함된 오곡을 주문해서 아이들의 밥을 짓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웰빙 식사를 하고 건강해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평소에 밥을 잘 먹던 아이들이 밥을 반 이상 남기기 시작했고 배가 고파지니 오히려 간식을 달라고 하는 횟수가 늘었다고 한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전곡류(whole grain)는 도정이 잘 된 흰쌀 등에 비해서는 도정과정에서 깎여나가는 전분이나 섬유질 성분들이 많이 보존되어있다.
따라서 잘 지어진 흰쌀밥은 소화가 잘 되는 반면, 도정이 덜 된 잡곡류는 섬유질이 장을 지나가는 시간이 길어지고 장 속에서 부피를 차지하기 때문에 더부룩한 증상이 생기기 쉽다.
또한 장에서 흡수되지 않는 당질성분이 장내세균에 의해 흡수되며 가스를 배출하는 빈도가 더 많아지게 된다. 콩류 식품 역시 그 속에 포함된 스타키오즈(stachyose)와 아라비노즈(arabinose)와 같은 당분이 흡수가 되지 않고 장내 세균에 의해 이용되기 때문에 속이 더부룩한 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이런 종류의 음식을 몸에 좋다고 해서 갑자기 한꺼번에 먹게 되면 복통이나 복부불쾌감, 잦은 가스배출 등과 같은 불편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소량부터 시작해서 1주 간격으로 그 양과 비율을 조금씩 높여가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것이다.
특히 소화 흡수기능이 성인만큼 활발하지 않고 입에서 느껴지는 음식의 질감에 민감한 아이들이나 장운동이 많이 떨어진 노인의 경우에는 찰진 흰쌀밥에 비해 소화가 잘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소량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적응시켜나가는 것이 좋겠다.
또한 음식을 먹을 때는 식단에 각종 영양소의 균형을 고려해야하는데 고기는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에 잡곡에 채소만 선호하다보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단백질이나 각종 무기질, 비타민을 간과하기가 쉽다. 따라서 잡곡으로 탄수화물을 보충한다면 다른 식재료로 다른 영양소들을 보충하는 것 또한 함께 고려해야할 것이다. 건강해지려다가 오히려 영양소 불균형으로 영양소 결핍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건강에 좋은 잡곡을 갈아서 선식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한다면 꿀을 타서 마시는 경우에는 당분섭취가 과다해질 수 있으므로 저지방우유나 저지방 요구르트에 타서 먹는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