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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위의 매미 - 딸을 향한 아버지의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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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린 팔에 수없이 멍들어버린 주삿바늘 자국이다. 새 것으로 바뀌었는지 가득 찬 혈액 주머니에서 핏물이 떨어진다. 바싹 말라버린 볼, 눈두덩 자체가 사라져버린 눈꺼풀. 툭 불거진 광대뼈만 보이고 살가죽이 뼈에 붙어버린 얼굴은 사람의 형상이 아니다. “들, 들비야!…….” 울컥 눈물이 쏟아져 차라리 자신의 가슴을 찢고 간을 뜯어내 아이에게 주고 싶다. 그렇게 아이가 살아날 수만 있다면 차라리 간을 뜯어서 주고 싶다. 아이가 살 수만 있다면……. 밭은 신음을 토해낸 아버지가 몸을 돌려 아크릴 창에 등을 붙인다. 

- ‘둥지위의 매미’ 109p - 


‘태양과 그늘’이라는 베스트셀러를 낸 바 있는 정광섭 작가. 자신의 경험을 한껏 녹여냈기 때문에 '둥지위의 매미'는 더욱 공감을 준다.

잠시 어둠의 세계에 있었던 주인공은 어머니의 간절한 사랑에 회개하고, 홀로이 갱생의 길을 걷는다. 그의 곁에는 유일한 삶의 이유이자 목적인 딸이 있다. 100일도 안 돼 버려진 딸을 이제 와서 아이를 빼앗아가려는 가혹한 운명. 그리고 딸을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아버지의 힘겨운 여정. 책은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독자 스스로 뒤돌아보게 한다.


“깨어나지 못해도 해야지요! 저는 인생을 어느 정도 살지 않았습니까? 아, 아이는 이제 세상에 발을 디뎠습니다. 인생이 뭔지는 알고 가야 되는 거 아닙니까?”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딸을 구하고자 하는 아버지의 이 절규는 현대인들의 차가운 심장을 단번에 녹이는 ‘뜨거운 울림’으로 다가온다. 

‘둥지 위의 매미’가 수많은 독자들이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 가족의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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