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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수는 “아직도 빨갱이 타령한다”고 상관으로부터 질책을 듣고, 표종성은 “넌 기껏 날 감시 대상으로밖에 안 보냐?”고 동료로부터 힐난을 당한다.
표종성의 신념과 정진수의 무기력은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들의 시계는 철저하게 과거에 맞춰져 있고, 그렇기 때문에 더 큰 체제의 음모를 쉽사리 파악하지 못하고 번번이 속임을 당한다.
정진수가 표종성에게 마지막에 남기는 경멸의 말은 실은 자기 연민의 독백이기도 하다.
더이상 뺏을 것도, 내줄 것도 없는 그들이 피 흘리며 싸울 때, <베를린>은 낙오된 이들의 생사여탈을 누군가가 낄낄대며 관전하고 있다는 추악한 진실을 들추는 것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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