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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변종 바이러스의 습격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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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밀입국 노동자들로부터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피를 토하며 사망한다. 그런데 사망자가 발생한지 24시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당의 모든 병원에 유사환자들이 속출한다. 단 몇 초 만에 사람들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36시간 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치사율 100%라는 끔찍한 바이러스다. 정부는 도시폐쇄를 선언하고, 이 바이러스 감염자 중 생존자로부터 항체를 뽑아 빠른 시간 내 백신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다.

지난 8월 개봉했던 영화 ‘감기’의 내용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걸릴 수 있는 질병인 감기가 재난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했다. 실제로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가 대유행하면 인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존재한다.


 


감기와 독감은 다르다

아직도 독감을 독한 감기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감기와 독감 모두 호흡기에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이고, 일부 증상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완전히 다르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 200가지도 넘고, 각각의 특징에 따라 콧물, 코 막힘, 고열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반면 독감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라는 한 가지이고, 증상이 고열, 콧물, 기침, 목 아픔, 근육통, 두통 등 감기와 비슷하지만 정도가 심하고 전염성이 강해 단기간 내에 유행한다는 점에서 감기와 다르다. 그래서 영화 제목을 독감 또는 인플루엔자로 했어야 옳을 것 같다. 


수 십 년 마다 변종 생겨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의 세 가지 항원형으로 구분한다. 이중 유행성 독감은 A, B형에서 주로 발생하며 A형은 사람과 동물에서, B형은 사람에서 질병을 일으킨다.

올해 초 한국과 미국에서 유행했던 인플루엔자 H3N2는 물론 지난 2009년에 창궐해 우리나라에만 24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 H1N1 역시 A형에 속한다.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H항원과 N항원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누는데 H항원성은 10~40년 마다 변종이 생겨나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특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H항원은 0~15, N항원은 0~9까지로 구분한다.   

영화에서 전염되는 바이러스는 H5N1바이러스다. 지금까지 사람 간에는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조류를 통해 사람이 감염돼 사망한 사례는 백 여 건 이상 보고된 바 있다. WHO에 따르면 2007년까지 60%에 이르는 사망률을 보이지만 WHO는 인플루엔자의 특성상 그냥 독감 증상을 앓고 지나간 환자가 많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실제 사망률은 60%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 3-6개월 가량 소요돼

영화에서처럼 감염 후 2~3일 내 환자가 사망한다면, 분당인구 48만 명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은 5일 남짓에 불과하다. 백신을 새로 만들어서 5일내에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 

새로운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이 바이러스에 대한 자연면역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거의 없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항력 없이 바로 감염된다. 또한 매해 돌아오는 인플루엔자 발생의 바이러스주를 예측해서 매해 새로 생산, 접종하고 있는 현재의 인플루엔자 백신은 새로이 출현하는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아무런 효과도 나타낼 수 없다. 그리고 새로 출현한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백신을 개발하여 사용하려면 백신의 제조 방법에 따라 3-6개월 이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사람에게 새로운 인플루엔자의 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하게 될 경우 2009년 대유행 때와 같이 극심한 유행이 지날 때가 되어서야 백신 사용이 가능해진다.


10월 말까지는 독감 백신 접종해야

영화에서처럼 100% 치사율의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으며 그 가능성도 희박하다. 하지만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들어서면서 계절성 독감이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적인 백신 접종의 시기는 항체 생성 시기를 고려하여 유행 한 달 전까지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의 독감 유행은 대개 11월~12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10월말까지는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접종시기를 놓쳤더라도 독감의 유행이 내년 3~4월까지 유행할 수 있으므로 늦더라도 접종을 받으시는 것이 좋다. 성인에서 약 90% 이상에서 항체가 형성되며 실제 독감의 예방 효과는 70~90% 정도다. 그러나 노인의 경우 60%정도가 항체가 형성되며 예방효과는 30~6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소아에서도 성인보다는 항체형성이 떨어진다. 노인에서 항체 형성 효과가 떨어지긴 하지만 중증 독감이나 2차감염인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은 상당 부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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