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태의가 친구 진우의 청첩장을 보며 '가야 할까?' '갈 수 있을까?' 망설이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망설이게 된 이유를 대학에 입학 후로 거슬로 올라가 기억의 보따리를 풀어 책 전체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대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려니 생각했다. 제목에서처럼 학점에 대한 이야기인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태의이 기억은 점점 학생운동에 대한 기억으로 빠져든다.
나도 1990년대 대학생으로 살았고, 군대도 다녀왔다. 내 기억에 90년대는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시기는 아니었던것 같다.
1980년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 내 기억엔 집 근처에 있던 대학생 형들이 데모를 해서 그 옆을 지날 때면 메케한 최류탄 가스 냄새를 맡아야 할 때가 많았다. 그때 내 주변에 어른들은 항상 공부하라고 대학 보냈더니, 공부는 안하고 데모질이나 한다고 혀를 찼었다.
그리고 내 부모님도 대학에 가서 절대 데모를 하면 안된다. 데모하는 친구들은 만나지도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하셨다.
활발하진 않았지만 학생운동이 전혀 없지도 않았던 때다. 집회에 나갔다가 경찰을 피해 도망가다가 최류단 가스를 마시고 쓰려져 있던 여학생을 구해주고 사귀게 된 친구도 있었고, 집에나갔다 만난 전경이 아는 선배나 후배여서 도망갈 수 있게 해준 이야기도 들었다. 가끔은 집회에 함께 가자고 권유하던 선배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한쪽 눈과 귀를 닫고 대학생 시절을 보냈다.
소설 속 태희는 철학연구회라는 모임을 통해 학생운동에 입문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2001년 대우그룹이 방만한 경영을 무너지면서 부평 대우자동타가 GM에 넘어가는 일이 벌어진다. 이때 노동자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했던 태희는 그의 운동권 선배가 경찰에게 자신의 이름을 불어 남영동 대공분실에 잡혀자 조사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름을 경찰에게 말한 선배를 미워하게 되지만 자신 또한 친구인 진우의 이름을 불게 된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군사정권 때 처럼 고문이 자행되고 잡혀갔던 사람들이 소리 소문 없이 없어지던 그런 곳이 아니었다.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그렇게 진우는 형을 살게 되고, 태의는 군대에 가게 된다.
'디 마이너스'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여러가지 사회적 사건 사고를 다루고 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회상하게 된다.
'디 마이너스'를 읽으면서 소설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 시대 대학생활을 했던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손아람
1980년생.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했으며, 아이큐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아 멘사 회원이 되었다. 힙합그룹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의 멤버 ‘손전도사’로 활동하였으며, 음반과 콘서트를 기획하였다. 조PD 등 다수의 뮤지션 음반에 참여하며 상당 제작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소설 『소수의견』 ,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너는 나다: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공저) 등이 있다. 영화 <소수의견>의 각본을 썼으며, 한겨레 월간지 『나들』의 인터뷰어로 활동하였다. 현재는 한겨레 <야 한국사회>에 칼럼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