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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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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정기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 조기에 암을 발견하기도 하고, 예전보다 의학기술이 발달해 암에 걸렸다고 해서 모두 죽지는 않는다. 

 

간혹 어떤 암들은 발견되더라고 진행이 더뎌서 꼭 급하게 수술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아무런 증상이 없이 진행되다 보니 발견을 했을 땐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암도 있다. 

 

이렇든 저렇든 아직까지는 어떤 암이라도 병원에서 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게 된다면 감기에 걸린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긴 어려울것 같다.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없애기 위한 세계적 운동인 브이 데이(V - day) 운동을 창설한 주인공 이브 엔슬러(Eve Ensler)가 7개월 간의 자궁암 투병기, 회고록 같은 작품이다. 

 

그러나 그녀는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에서 단순히 암치료 과정의 어려움과 고통을 서술하지 않았다. 컴퓨터 단층 촬영을 의미하는 스캔이라는 표현의로 책의 각 장을 구성하고 이어간다. 암 판정을 받았을 때부터 치료가 끝났을 때까지를 그녀의 암울했던 성장기와 술과 마약과 섹스에 젖어서 자포자기 상태로 지내던 청년기와 그 후의 삶, 그리고 전 세계 6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목격한 폭력과 고통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모습을 중첩하여 말한다. 

 

첨은 암 진단을 받았을 때 그녀도 왜 자신이 암에 걸린 것일까 억울해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암환자들은 처음 암 진단을 받으면 일단 진단을 부정한다. 오진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병원을 찾아다니며 다시 검사를 받기도 한다. 이 단계를 넘으면 분노의 단계가 다가온다. '난 술 담배도 안하고, 운동도 꾸준히 했는데 왜 하필 나야?' '난 평생 착하게 살았는데 왜 이런 시련이 나에게...' 이런 생각을 갖게 된다.  

 

이브 엔슬러도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답하는데 무려 49가지의 원인을 찾아낸다. 

 

이단계를 지나면 아무도 만나려 하지 않고 혼자만 있으려고 하는 우울의 단계, 그다음 암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본인 스스로도 결론을 내리는 타협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자신의 병을 지구의 파괴와, 자신의 생명력을 인류의 회복력과 연결하면서 엔슬러는 마침내 자신과 세상의 몸과의 완전한 연결을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쟁에 시달리고, 8백만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고, 강간과 고문 등의 폭력으로 여성 수십만 명이 시달리는 콩고의 현실은, 무분별한 경제 성장과 부를 위해 몸의 기능, 나아가 미래까지 무너뜨리는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 말한다.

 

저자는 단순히 자신의 투병기에 머무는 게 아니라 성폭행과 폭력 등으로 무너진 여성의 아픔을 절절하게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여성의 성 인권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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