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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여행

그냥. 비인칭주어로 살다. 삼등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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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그 이상한 나라” - 삼등병, 대한민국 남자의 마음을 읽다.

 

<삼등병>은 낯선 땅, 푸른 제복에 몸과 마음이 구속되어 ‘비인칭주어’로 살아야 했었던 군대 시절의 씁쓸한 기억들을 더듬는다. 우리나라의 젊은 남자들은 원치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군대라는 거대한 조직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폭력적인 힘에 의해, 또 수많은 이상한 규칙들에 의해 굴러가는 그 조직 속에서 우리는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으며 오로지 ‘적응’을 강요받게 된다. 그리고,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느리디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어느덧 낯설기만 했던 그 ‘이상한 나라’에 조금씩 조금씩 적응해나간다.

 

<삼등병>은 좀처럼 군대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주인공 윤진원과 그의 파트너로 지루한 보초근무를 서는 병사들이 빚어내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윤진원이 그곳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변화해 가는지를 추적한다. 처음에는 이상한 것 투성이에 무섭기만 했던 군대라는 곳에 우리가 점차 적응해 나갔던 것은 어쩌면 그곳의 불합리함과 폭력에 저도 모르게 물들어가는 과정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그곳의 그 불합리함과 폭력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되었던 것은 아닐까? 2년간의 기나긴 군대 생활을 버텨내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잃고 어떻게 변해갔던 걸까?

 

그들은 군인이 아니라 그저 청년이었다.

 

<삼등병>에 등장하는 인물은 분명 군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징병제 국가. 국민의 의무라는 이름앞에 배경도, 힘도 없는 젊은이들의 가장 반짝이고 아름다운 시절을 포기해야 하는 안타까움으로 가득한 공간. 이제 겨우 세상에 나와 성장하기 시작하는 청년들의 무덤과도 같은 곳이 바로 군대이다.

그들은 비록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말을 하고 같은 곳을 바라봐야만 하는 의무와 책임을 갖지만 여전히 마음속에는 열정과 순수함을 갖고 있는 청년이다. 문학에 심취했고, 또 연극을 사랑했던 인물 윤진원이 젊은 시절 군대에 들어가 녹슬지 않은 감수성과 조직의 폐쇄성이 부딛쳐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삼등병>은 누구나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그러나 좀처럼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군대 시절의 씁쓸한 기억들을 들추어 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군대 시절의 눈 치우던 이야기도, 군대에서 축구 하던 이야기도 아니다. 불가침의 권위로 신성시되어왔던 군복무의 의무가 양심적 병역거부 등의 이름으로 부정되며, 군대의 모습과 인식이 끊임없이 변해가는 오늘, 이 연극이 대한민국 군대에 대하여 보내는 예리하고도 독특한 시선은 관객들에게 더욱더 의미 있게 다가갈 것이다.

 

디테일한 스타일이 돋보인다. – , 연출 성기웅

 

<삼등병>은 소극장만의 섬세하고 치밀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강백의 희곡 <파수꾼>이 극중극으로 삽입되어 작품의 주제성을 더욱 높이며, 군대라는 배경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작품 전반에 걸쳐 인간적인 따스한 감수성이 흐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군대라는 특수한 배경과 공간을 그린 공간이다 보니,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긴 하지만, 작품을 감싸 안는 감성적인 정서와 한번쯤을 되 뇌일 수 있는 대사들은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준다. 변화를 읽어내는 인물의 감정묘사, 그리고 문학적인 글쓰기는 또래 연출가들의 비해 앞선 것임을 이번 작품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실험극, 이미지극을 많이 시도하는 젊은 연출가와 달리 성기웅은 “국어” 한글의 맛깔을 잘 살려내는 작품을 쓰고자 한다. <삼등병>은 바로 이러한 작품 세계를 그리고 있는 연출 “성기웅”의 본격적인 시작을 되집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2011. <삼등병> 어떻게 달라졌나?

 

연극 <삼등병>2006년 대학로 초연 이후 6년만에 대학로를 찾은 공연이다. 과학시리즈로 무섭게 주목 받던 연출 성기웅은 이제 제법 대학로에서도 자리를 잡고 그사이 군대이야기도, 세상도 참 많이 변했다. 2006년 초연의 <삼등병> 1970년대 생의 군대이야기라면 2011 <삼등병> 80년대 생들의 군대 이야기이다. 2006년 당시 출연진의 나이에 비해 3~4세 정도 젊어졌고 20대 청춘의 이야기에 더욱 가까워져 있다.

 

기성세대들의 눈에 조금은 더 발랄하지만 그래서 더 외로운 오늘의 20대들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순간, 군대. 무용담처럼 다뤄졌던 군대 이야기를 일상과 개인적인 심리로 끌어들여 왔다는 점은 분명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허울뿐일지라도 물질적 풍족과 개인주의가 온몸에 배어든 세대들에게 군대는 너무나도 먼 이야기. 조직 속의 군대, 그 안의 1인이 아닌 개개인 하나의 모습을 우리는 유심히 본적이 있었던가. 거대한 조직의 하나도 보여 졌던 군대를 개인적이고, 한 남자의 성장기 혹은 변화기 라는 초점에 맞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SYNOPSYS

 

축구하는 이야기도 없는 참 이상한 군대 이야기

 

10년 전, 후방의 한 부대.

여리고 감수성이 예민한 윤진원에게 억압적이며 부자유스러운 부대 생활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그런 윤진원과 그의 파트너로 함께 보초근무를 서는 병사들이 빚어내는 3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윤진원의 변화를 추적한다.

 

1장 신병 시절의 윤진원.

첫 야간 보초근무에 나선 그의 파트너는 제대를 두 달 앞둔 말년 병장 조태기.

연극배우 출신으로 <파수꾼>이라는 연극에 출연한 적 있었던 조태기

우연히도 윤진원 역시 대학 연극반에서 같은 연극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2장 부대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윤진원에게 이종문은 유일한 친구이다.

하지만 이종문은 곧 제대를 앞두고 있는 말년 병장.

둘이 함께 보초를 서는 것도 이제 오늘밤이 마지막이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위안이 되었던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는데......

 

3장 제대를 2달 남겨놓은 윤진원과 갓 상병으로 진급한 박기언이 지루한 보초근무를 선다.

그들의 앞에 탈영을 한 신병 성병삼이 나타난다.

진원은 횡설수설하는 병삼을 달래보려 하지만,

병삼을 윽박지르기만 하는 박기언 때문에 일은 꼬여만 가는데......


공연개요

2011 서울문화재단 공연예술창작활성화 지원사업 선정작

공 연 명

삼등병

공연일정

2011. 6. 23()~7. 10() 평일 8 / 3, 7/ 3/ 월 쉼

공연장소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 연출

성기웅

    

김태훈, 박혁민, 김성현, 이현균

입 장 료

평일 22,000, 주말 29,000

   

12언어연극스튜디오

    

12언어연극스튜디오, 여유작, 학전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문의

학전 02-763-8233 / www.hakch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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